▒ 19.2×26.4cm. 장수표시 없이 66장. 절첩한 한지에 필사하여 배접한 표지를 끈으로 5번 묶은 선장본이다.

▒ 표지에 <誠敬 正文>이라고 제목을 적었으나 '정'자는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필사한 내용은 과거시험의 기본 교과서였던 주희의 <대학장구>와 <중용장구>를 연이어 필사한 것이다. 주석은 모두 필사하지 않았으며 생략한 곳에는 "궐주(闕註)"라는 말을 적어 놓았다. 10행 20자를 기준으로 모든 쪽이 하나같이 지켜 필사하였다. 간기를 따로 적지는 않았으나 끝부분에 필사와 관련한 별지의 초서 글씨가 끼워져 있어서 주목된다. 앞 처음과 중간, 맨 뒤에 여러 도서가 찍혀 있고 맨 처음은 "유천세가(酉泉世家)"라는 도장이며 책을 필사한 사람들 가운데 주인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유천'이란 호는 검색에서도 찾아지지 않는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1)필사한 종이가 일반 한지가 아니라 앞쪽 대부분은 서간문의 봉투에 쓰였던 종이를 펴서 이어붙인 종이이고 간혹 편지 이면지나 싯누런 장지까지 누덕누덕 이어붙인 곳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봉투에 찍혔던 봉함인이 비쳐 보이는 곳이 많다. 뒤쪽은 요즘 도배 초배지처럼 질이 낮은 한지를 사용하였다. 그 다음은 2) 한 사람의 필사가 아니라 필체가 몇 번 바뀌며 해서체, 행서체로 일관되게 각자 필사하였다는 점이다. 처음 서체가 바뀌는 곳은 <대학장구> 전문 10장의 뒷부분이고 이 서체가 <중용장구>의 첫장 8행까지 이어진다. 마지막과 <중용장구>가 시작되는 앞에에도 낙관들이 찍혀 있다. 여기서부터 20장 중간까지는 가장 달필의 행초서체로 힘차게 필사되어 있다. 28장부터는 다시 다른 필체다.
    경문에는 약체자로 구결을 오른편에 적어놓았으며 간간이 주희의 주석문에도 달려 있다. 또한 암송하며 속도감 있게 표시한 옆줄이나 방점 표시가 있다.
    마지막에 끼워져 있는 별지의 초서체 글은 '필사기'라 할 만한 내용이다. "余於壬戌春..."로 시작되는 글의 대체적인 내용은 임술 봄에 이 책을 시작하던 나머지 10장을 채우지 못하고 놔뒀던 것이 19년을 지나게 되었다가, 계속 등서한 것이 경진 겨울에 20일간 유(柳), 한(韓)이 함께 했다는 내용으로 읽힌다. 임술은 1802년에 해당되며 종이나 표지의 모양으로 보아 그 정도의 시기라 추정되지만, 혹시 1862년인지도 모른다. 19년이 지나면 1820년, 혹은 1880년이 경진이다.
    힘찬 필치나 필사의 집중도로 보아 조용한 장소를 찾아 함께 공부할 때 돌아가며 필사하고 집중적으로 공부한 자취를 보여주는 검소한 선비의 책이라 여겨지므로 더욱 특이하다고 보인다.
 

▒ 표지가 다소 헐어 보이고 절첩한 곳이 닳아 분리된 장도 있지만 나머지는 결함 없이 양호한 상태이다.